초심은 있는데 뒷심이 없네요
9살 때 에디터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장래희망을 발표했었다. 아마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를 보고 꿈꿨을 수도 있고, 캐릭캐릭체인지 세라의 블랙다이아몬드를 들으며 꿈꿨을 수도 있다. 어쨌든 반짝반짝 빛나는 가수를 보며 가수가 되겠다고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눈동자는 어디로 흘러갔는지 수많은 꿈들을 지나쳐 지금의 20대 중반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렸다. 어렸을 때 반짝이던 눈동자를 언제부터 잃게 되는 걸까
초심은 어른이 되면 금방 잊어버린다. 초심이란 마치 배터리 효율상태랑 똑같다. 쓰면쓸수록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초심의 뒷심이 짧아진다. 마치 양초가 짧아질수록 빨리 녹는 것처럼
놀이공원 가자고 조르던 초딩은 3시에 놀이공원을 빠져나가는 체력거지 어른이 되었다.
코스모스 축제에 간다던 부모님에게 10살짜리 꼬마는 “난 코스모스 싫어! 롯데월드가자!!” 하고 떼를 썼다. 결국 롯데월드 간다는 말에 속은 꼬마는 코스모스 축제에 입을 대빨 내밀고 사진을 남겼다. 그만큼 롯데월드하면 미쳐서 신났던 초중고 시절을 지나 20대 중반이 된 에디터는 수많은 인파에 못이겨 체력 바닥 이슈로 폐장시간 한참 전인 3시에 롯데월드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쯤되면 눈동자가 동태가 되어 “우리 탈만큼 다 탔다 가자”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렸을 때보다 입장할때의 초심을 잃기까지가 고작 5시간이었다.
사랑에 식음전폐하던 사랑꾼은 없어졌다.
어떻게든 전학생 짝남을 남자친구로 만들어보겠다던 에디터는 눈물의 광대쇼를 펼쳤었다. 말같지도 않은 카톡을 보내고, 하교하는 시간 맞춰서 가고, 뜬금없이 말걸고 인사하고… 그렇게 사랑이 넘치던 중학생 소녀가 있었다.
이 소녀는 사랑이 좋았다. 항상 사랑에 충실했고, 열정이 넘쳤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이별을 당했을 때 거의 일주일동안 식음을 전폐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소녀는 이제 없어졌다. 소녀가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땐 더이상 식음을 전폐하지 않고 술을 먹는다. 그리고 그 술잔에 털어버리며 새로운 남자를 다시 찾는다. 그렇게 순수했던 사랑의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최고의 에이스가 되겠다던 신입의 패기를 잃은 주니어
누구나 첫출발, 첫입사는 초롱초롱하고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인정받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출발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과 패기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제는 업무 전화를 끊으면 혼잣말로 “하.. 뭐라는거야 바본가?” 부터 시작한다.
이제는 에이스는 무슨 새로온 후임들이 내 업무들을 빨리 인계받아서 튈생각부터 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후임들 가르치기도 빡센…
그 반짝이던 신입의 초심은 어디로 갔을까?
선한 사람이 되겠다던 소녀는 베베꼬인 인성파탄 꽈배기가 되
이런저런 꿈을 가질 때부터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에디터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자 했다. ENFP력이 최대한 높았을 당시에는 ‘사람좋아’모먼트를 많이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사회를 맛본 3년차는 이제 모든 사회 이슈를 꼬아서 보기 시작했다. 타인을 배척하기 시작했고, 업무 전화를 끊으면 나지막히 “니가 좀 알아서해라”부터 한다. 어떤 사회 이슈가 생기면 ‘그럴줄 알았어 역시 완벽한 사람은 없구나’ 부터 생각하곤 한다.
문득 퇴근하는 길에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류애가 박살난 사람이 되었을까
베베꼬이다 못한 꽈배기가 되어 사람을 나쁘게만 보고 있을까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었던 나의 초심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구는 그렇게 말한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인내심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잘 모르겠다. 어른이 되면 초심을 잃는 시간이 단축되는 것 같다. 심지 짧아지듯이
에디터는 오늘 슬펐다. 이런 반짝이던 초심들이 사라지게 된 것 같아서
하지만 초심은 마음먹기 달렸다. 언제든지 다른 초심으로 리필할 수 있다.
무한리필집에서 메뉴 리필하듯이 ‘이모 여기 초심하나요’란 마인드로 초심도 리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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